[7살 딸과의 첫 등반 도전기]
숏다리 걱정은 기우였네! 봉실산 정복기 (feat. 모기 공포증)
드디어 때가 왔다! 7살 딸아이와 함께 첫 등산을 감행하기로 결심한 날. 목적지는 집 근처,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자리한 아담한 봉실산이었다. 절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어 등반 예상 시간은 넉넉잡아 30분. '우리 딸, 짧은 다리로 잘 올라갈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이 앞섰다.
산 입구에 도착하니, 맑은 공기가 폐 속 깊숙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아이는 출발 전부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변을 탐색했다. "자, 이제 출발!" 작은 발걸음이 힘차게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걱정했던 숏다리는 오히려 바위 틈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데 유리한 듯했다. "어때, 힘들지 않아?" 나의 물음에 아이는 "하나도 안 힘들어!"라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에 괜한 걱정을 했다 싶어 웃음이 나왔다.
신기하게도 오늘 봉실산에는 우리 말고 딱 한 분의 등산객만이 보였다. 마치 우리만을 위해 준비된 듯 한적한 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중턱에 마련된 전망대에 도착했다. 다행히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명당자리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 온 과자와 음료수를 꺼냈다. 땀 흘린 뒤 먹는 간식은 꿀맛! 딸아이의 해맑은 웃음 꽃이 그늘 아래 더욱 빛났다.
오를 때는 비교적 수월했지만, 역시나 내려가는 길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여기 조심, 미끄러질 수 있어." 딸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고 한 걸음씩 내려왔다. 소나무 뿌리, 마른 낙엽, 불쑥 튀어나온 돌멩이까지… 방심은 금물이었다. 손에 힘을 꽉 주고 아이의 균형을 잡아주느라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첫 등산을 마친 딸아이의 표정은 묘했다. 힘든 기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다음에 또 오자!"라는 적극적인 반응도 없었다. 아마도 첫 경험이라 어땠는지 제대로 느끼지 못한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모기에 극도로 예민한 우리 딸과는 이제 겨울이나 봄에만 등산을 와야겠다는 점이다. 여름의 산은… 상상하기도 싫다! ... 여기 산은 습해서 그런지 모기와 거미줄도 엄청 많다.
오늘, 7살 딸과의 봉실산 등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다음 등반은 조금 더 신중하게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디 이 작은 발걸음이 우리 딸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씨앗이 되었기를 바라본다.